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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of 2016 (Books)

기존의 통념이 무너지는 것을 자주 경험한 한 해였다. 미약한 개인에게 매서운 변화는 암흑 같은 두려움과 외로움으로 다가온다. 독서는 그럴 때 힘이 돼주는 것 같다. 독서가 정답을 제시해준다는 것은 아니지만, 독서와 함께 오는 사색은 강한 자아를 세울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한 인간에게 약간의 희망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는 3권만 간략하게 정리해보려 한다.

A. The Power of Habit

The Power of Habit

* 번역본: 습관의 힘
인간은 무의식중에 많은 일을 한다. 자려고 누우면 핸드폰이 손에 와있고, 식사 후에는 달달한 후식을 입에 넣는다. 이런 행동을 ‘습관 (habit)’이라고 부른다. 습관은 뇌가 게을러지고 싶어 하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한다. 특정 상황(cue)에서 기계적으로 일을 수행(routine)하면서 뇌는 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 만들어진 습관은 고치기가 쉽지 않다. 뇌가 그 보상(reward)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보상이라는 것은 그리 대단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아무 이유 없이 스마트폰으로 손을 뻗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피드를 켠다. 순간의 후련함이라는 간단한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고치려고 시도해본 사람이라면 습관이라는 것이 얼마나 벗어나기 힘든지 알 것이다.

뇌가 습관을 형성해나가는 방법은 그 습관이 좋은 습관인지 나쁜 습관인지와 무관하다. 그렇기 때문에 원하는 습관을 만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단순히 상황(cue), 행동(routine), 보상(reward)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뇌가 갈구하게끔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930년대부터 치약 회사들은 입이 시원해지는 맛을 넣기 시작한다. 단순히 깨끗한 치아라는 보상으로는 양치질하는 습관을 만들기 힘들었지만, 양치가 끝나고 느껴지는 개운한 맛을 사람들이 갈구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보통은 이렇게 직관적인 보상을 설계하기 힘들기 때문에 습관을 바꾸는 것은 많은 노력과 실행착오를 요구한다. 이런 습관의 힘은 개인뿐 아니라 조직이나 사회에서 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어떻게 무의식을 이용해서 나와 주위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간단하게 시도해볼 기회가 되었다.

추가로 읽기 좋은 책:
* Grit: Passion, Perseverance, and the Science of Success — Angela Duckworth

B. The Origins of Political Order

The Origins of Political Order

* 번역본: 정치 질서의 기원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국가와 시대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정치 구조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쉽게 들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도 각 국가는 꽤 다른 정치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과 그나마 비슷한 미국만 해도 정부는 각 주(state)들의 연맹으로 존재감이 미약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이건 단순히 정치 구조뿐 아니라 문화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많은 미국인이 총기 규제를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가 나서서 하는 의료보험에도 반감이 많다. 그만큼 국가는 개인의 활동을 제약하지 않으려 하므로 더 시민다운 삶을 산다고 느낄 수도 있다.

현재 우리가 물려받은 구조는 현재만 보고는 이해하기 힘들다. 정치구조는 관성이 크기 때문에, 심도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수천 년 전의 부족 생활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또한, 다양한 정치 질서의 기원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어떤 특성이 공통으로 나타나고, 어떤 특성이 구체적인 환경에 의해 생겨났는지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변수는 너무 많은 데 비해 우리가 연구할 수 있는 역사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칭기즈칸의 출현이나 활자의 발명은 전 인류에 막대한 영향을 줬지만 이런 현상들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다양한 정치 질서의 변화와 기원을 이해하는 것은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데 통찰력을 길러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의회 민주주의가 시작된 것은 당연한 절차처럼 보이지만, 비슷한 환경을 갖고 있던 헝가리나 러시아 등에서는 전혀 다른 형태로 역사가 흘러갔다. 왕과 귀족들, 그리고 종교 세력까지 다양한 정치 세력들이 상호 교류하면서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대중에게까지 권력이 흘러들어 갔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경우만 보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나에게는 강력한 왕권이 더 자연스러운 개념이었다. 바로 옆 나라인 중국에서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정권을 수천 년 전부터 갖고 있었고, 한국도 왕조가 오랫동안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이 다른 국가에서는 생소할 수 있다. 근처의 인도만 해도 통일된 인도라는 국가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처음 출연한다. 인도는 중국이나 한국에 견줄만한 강력한 통일된 왕조 국가를 갖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차이점들이 존재하는 반면, 정치 세력의 부상과 몰락은 어느 정도 공통점도 있다. 예를 들어, 망해가는 국가에서는 가부장 제도(patrimonialism)가 기승을 부린다. 인간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특권을 자식에게 물려 주고 싶어 하고, 그런 본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사회는 붕괴하기 시작한다. 2016년은 특히나 정치적인 충격이 많은 한 해였고, 그랬기에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추가로 읽기 좋은 책:
*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 Yuval Noah Harari

C. The Courage To Act

The Courage To Act

* 번역본: 행동하는 용기
2008년의 금융위기는 1929년 대공황보다 더한 위기라고 할 만큼 큰 충격이었다 [1]. 15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리만 브라더스가 하루 아침에 사라졌고, 미국은 $700B 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세상은 아직도 제로금리와 저성장의 그늘을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양적 완화(QE)라는 기이한 정책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 위기의 중심에 있던 미국은 이 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 책의 저자 Ben Bernanke가 있었다. 이 책은 그 긴급한 상황들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해준다.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모든 문제를 미리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아무도 자산의 가치조차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거품은 꺼졌을 때만 거품인지 알 수 있다. 이런 위험을 원천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은 정부의 완벽한 통제인데, 인류는 이 방법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학습한 바 있다. 결국, 시장에 자유를 줄 수 밖에 없고, 그 선택을 한 이상, 위험을 줄이려고 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씨티그룹의 대표였던 Charles Prince는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은유했다: 음악이 계속되는 한 계속 춤을 춰야 한다(“As long as the music is playing, you’ve got to get up and dance.”) [2]. 2008년의 금융위기는 금융권이 위험을 한참 과소평가해서 발생했다. 하지만 그들을 망하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것이 현대사회의 아이러니다. 은행이 하나둘 무너지면, 전체 시스템의 붕괴와 급증하는 실업률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1%만 떨어져도 40,000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3]. 그러니 2008년의 금융위기가 제대로 수습되지 못했다면 그 파급력은 끔찍했을 것이다.

곳곳에서 문제가 터져나가는 상황에서 Bernanke와 그 팀이 해쳐나가야 하는 난관은 간단하게 표현하기 쉽지 않다. 이미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잘못(본인의 것이 아님에도)을 원망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어떻게 해도 욕을 먹는 상황은 정신적으로 지치는 일이다. 아무 행동을 하지 않으면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겠지만, 잘못한 금융권에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지지를 받기 힘든 선택이다. 게다가 자본주의에서 잘못한 조직을 망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길게 봤을 때도 바람직하다고 보기 힘들다 [4]. 마지막으로, 그런 정책들이 잘 작동하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그는 필요한 행동을 취하는 용기를 보여주고, 시장에 필요한 희망을 어느 정도 조성한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책이 시스템 개발자인 나에게 자극도 많이 되고, 공감도 많이 갔다. 대규모 분산 시스템에서는 갖가지 실패는 필연적이다. 그리고 변화는 어떤 방향으로든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 그렇다고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가장 확실한 망하는 길이다. 실패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를 이해하고, 용기 있게 해결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대 사회의 구성원은 어떻게든 미국의 금융 정책에 영향을 받게 되어있다. 게다가 2008년의 금융위기는 아직 끝났다고 후련하게 말하기 힘든 부분이 존재한다. 주제가 어렵긴 하지만, 저자는 프린스턴 경제학 교수 출신답게, 많은 부분을 상세히 설명해준다. 그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아무도 내려보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했던 그의 갈등과 고뇌를 엿볼 수 있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추가로 읽기 좋은 책:
* High Output Management — Andrew S. Grove
*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 — Ben Horowitz

Short List

올해 읽은 책들은 아래와 같다 (안타깝게도 작년의 절반 밖에 안된다). goodreads에서 4점 이상으로 체크해 둔 책들은 다 추천하고 싶을 만큼 좋은 책들이었다.

  1. 미움받을 용기
  2. The Black Swan: The Impact of the Highly Improbable
  3. The Road to Character
  4.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5. 개인주의자 선언
  6. The Courage to Act: A Memoir of a Crisis and Its Aftermath
  7. Debugging Teams: Better Productivity Through Collaboration
  8. So Good They Can’t Ignore You: Why Skills Trump Passion in the Quest for Work You Love
  9.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 Building a Business When There Are No Easy Answers
  10. The Power Of Habit: Why We Do What We Do In Life And Business
  11. High Output Management
  12. The Inevitable: Understanding 12 Technological Forces That Will Shape Our Future
  13.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14. Originals: How Nonconformists Move the World
  15. The Origins of Political Order: From Prehuman Times to the French Revolution
  16. Grit: Passion, Perseverance, and the Science of Success

References

[1] Ben Bernanke: The 2008 Financial Crisis Was Worse Than The Great Depression
[2] NYT Dealb%k – Citi Chief on Buyouts:  ‘We’re Still Dancing’
[3] 이 대사는 Big Short의 한 문구이다. Quora Thread를 보면 왜 이 추정치가 설득력 있는지 설명되어 있다.
[4] “Capitalism without bankruptcy is like Christianity without hell.” — Frank Bo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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