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rospect

Review of 2015

1월 1일 00:00에 회사에서 노심초사하며 치킨과 맞이한 2015년이 끝나간다. 여러 의미로 인생 2막이 시작된 해였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이직과 이민을 했다. 그러면서 작년 이맘때 지내던 고시텔보다 월세가 12배 넘게 올랐다. 그래도 처음으로 내 집이라고 할 만한 공간이 생겼다. 리스긴 하지만 차도 처음으로 구매해봤다.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보험부터 관리까지 신경 쓸 게 상당히 많았다. 게다가 이 시점에 차가 고장 나서 더 머리가 아프다.

상반기에는 결혼이라는 혼돈을 겪으면서 정신이 없었고, 신혼여행으로 남반구(뉴질랜드)도 처음 가봤다. 휴대전화도 안 터지는 대자연에서 기름이 고갈되는 아찔한 경험도 했고, 겨울에는 눈보라 속에서 스노체인이 망가지는 고생도 해봤다. 샌프란시스코 북부에 있는 와인 양조장도 찍고 와봤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더 많이 돌아보자며 전라도와 경상도 투어도 속성으로 했다. 돌아보면 여행들이 꽤 전투적이었던 것 같다.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The Economist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매주 꼼꼼히 읽기에는 속도가 느려서 몇 부문만 다 읽고, 나머지는 흥미로워 보이는 주제만 읽고 있다 [1]. 이 외에도 매주 읽을 양이 살짝 스트레스일 정도로 많은데 무엇 하나 버리기 쉽지 않다. 올해 읽은 책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쓸 계획이다. 글을 더 적극적으로 쓸 생각으로, 4분기부터는 블로그도 열었다.

오래도록 todo를 벗어나지 못하던 중국어 기초 수업도 Coursera.org에서 들어봤다. 열심히 들었는데, 다 듣고 한 달이 지나니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 지금은 대세라는 머신 러닝 수업을 뒤늦게 들어보고 있는데, 머리에 조금은 남았으면 좋겠다. 2013년2014년의 리뷰를 보니 변해가는 부분과 변하지 않는 부분들이 보여서 재미있다. 이번에도 미래의 나를 위해 친절하게 써줘야겠다.

뉴질랜드
Queenstown – 뉴질랜드 고행길 중에서

올해의 가장 머리 아픈 일은 이민이었다. 결혼도 정신없는 일이었지만 주위 많은 분이 도와주셨고, 아내분께서 엄청나게 수고를 해주신 데다가, 해야 하는지를 고민한 것은 아니었다. 반면 이민은 본질적인 고민이 많았다. 몇 년간 해온 고민이지만 날이 다가올수록 어려웠다. 홀로 오는 것도, 학생으로 오는 것도 아닌지라 전과 다른 압박이 있었다. 어느 지역으로 올지도 고민이었다. 게다가 오기로 해도 비자가 발목을 잡을 수 있기에 심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많았다.

많은 결정을 작년부터 내려왔지만, 실제 진행은 모두 2015년에 일어났기에 한해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Why U.S.?  글에서는 개발자라는 상황에 집중해서 왜 이민이라는 선택을 했는지 정리해보았다. 잘 쓴 글은 아니지만, 두루 적용은 가능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막연한 논리들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한국 사회에서 게임의 규칙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Shareholder Capitalism에서 정리했는데, 7월에 진행된 삼성 물산과 엘리엇의 싸움은 내가 이해한 현대 사회의 근간을 무너뜨렸다. 이미 자리 잡은 개인이나 기업의 권리는 어떻게서든 지켜주지만, 대부분 사람은 법을 지킨다고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국민연금은 6,000억 원을 손해 보면서 삼성 가문을 지켜줬고, 법원은 엘리엇의 요청을 무시했다 [2][3]. 그 손해는 엘리엇뿐 아니라 법을 잘 지킨 주주들, 직원들, 그리고 국민들 몫이다. 물론, 회사를 싸게 넘기기로 한 경영진을 대상으로 일반 직원이나 주주들이 무슨 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시스템을 관리해야 할 주체가 쿨하게 사태를 넘기는 것은 공포스러웠다. 게임은 사회악으로 분류하고, 메신저 회사의 목숨과도 같은 프라이버시를 짓밟으려고 하니, 어떤 행동이 용인되는 것인지 무지한 나로서는 따라가기 어려웠다.

개인과 개성에 대한 존중 같은 가치관들이 빠르게 사라져 가는 것도 아쉬웠다. 2015년에 세계적인 수준 수출량을 자랑하는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60년대의 성공 공식을 밀어붙이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 [4]. Empowering Employees에서 적은 것처럼 경제적인 면만 봐도 개성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줘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실은 잡음이 많고, 그 속에서 내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다.

미국만 봐도 이슬람교도는 다 내쫓아야 한다는 트럼프의 공화당 지지도가 40%에 육박한다 [5]. Madoff는 $65bn* (75조 원)의 돈을 몇십 년간 빼돌리면서 당당하게 나스닥 회장까지 역임했다 [6]. 은행들이 위험한 상품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팔아대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다가 세금 $700bn* (800조 원, 그해 한국 국민 총소득의 50%)을 쏟아부어야 했다. 먼 과거도 아니고, 2008년의 일이다 [7].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잡음은 계속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Madoff는 징역 150년을 선고받았고, 은행들이 위험한 상품을 다루는 것에 대한 제도도 강화되고 있다. Google과 Facebook의 CEO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트럼프의 혐오 발언에 강한 반대를 표하고 있다 [8][9]. 반면 삼성 물산 사례는 잘못이라고 하는 사람조차 별로 없어 보였다. 게다가 모든 사람이 더 틀에 박힌 사고를 하게끔 교과서를 바꾸는 게 중요 정책 중 하나이다. 세월호 피해자들은 여전히 죄인처럼 살아간다. LGBT의 권리는 커녕 성별, 지역 등으로 끊임없이 차별한다 [10]. 아무래도 내가 동의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 환율은 편의를 위해 1,150원으로 계산하고 적당히 반올림.

현재 세계에서는 정보를 다 모으는 것도, 그 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계속 고민하고, 꾸역꾸역 선택을 내려가야 한다. 모든 게 완벽하게 파악된 뒤 행동하겠다는 욕심은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민이라는 선택은 비용이 매우 크기에 고민의 여지가 많았고, 가기로 한 후에도 그 속에 많은 선택 사항들이 있었다. 다행히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는 만족스럽다. 월세가 목을 조여오고, 한국에 두고 온 사람들이 연말을 맞아 더 그립지만 말이다.

InNOut
In-n-out – 외노자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버거. 버거만 놓고 봤어도 결국 같은 결정을 내렸을텐데…

아쉽지만 아직도 개발 관련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다행히 내가 이 팀에 들어오기 전에 팀에서 해당 프로젝트에 관한 논문을 발표해서 관심 있는 분들께 던져줄 링크는 있다 [11]. 현재 내가 있는 회사에서는 많은 사람이 쉽게 인터넷에 접근하고,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돕는다. 이런 정보의 평등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 신장을 돕는다. 궁극적으로 남이 지시하는 삶이 아닌 자신이 만드는 삶을 살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나는 전체 프로세스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프로젝트의 작은 부분을 맡고 있다. 더 효율적이고 저렴한 방법으로 많은 사람이 정보에 접근하게 해주는 것이 사회에 가치를 창출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에서도 게임 회사와 메신저 회사 모두 항상 들뜬 마음으로 시작했다. 게임 회사는 즐거움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창출한다고 생각했다. 메신저 회사는 기존에 없던 소통을 가능하게 하면서 가치를 창출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업들이 속한 사회에서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해하기 힘든 이유와 방법으로 공격을 당하고, 대중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시무시한 발전 속에서 열심히 달려도 힘든데, 무거운 쇠고랑을 하나씩 차고 달려야 한다. 결국, 기업은 처음의 이상과 상관없이, 살아남기 위해 원치 않는 변화를 겪어야 한다. IT기업의 대표들이 개발자 출신이 아니라 변호사 출신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12]. 뛰어나신 분들이 많아서 잘 해나가겠지만, 속한 사회에서 기업의 비전이 부정 받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블로그도 시작해보니 생각 거리가 더 늘어났다. 기본적인 목적은 내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써두는 것이었다. 해리포터의 펜시브 마냥 말이다. 공중에 떠다니는 생각들이 글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를 띠면서 생각에 진전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흥미로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블로그 형태로 열었다. 아직은 어떤 사람들이 읽어주길 바라는지도 확신이 없고, 그래서 어떻게 글을 알리는 게 좋을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열린 공간이다 보니 더 부담을 갖고 쓰게 되고, 그만큼 생각을 더 또렷하게 하는 효과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글을 쓰는 건 너무나 어렵다. 코딩과 마찬가지다. 언제쯤이나 편하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14년 리뷰에서 쓴 것처럼 내가 당분간 집중할 세 가지 축은 소프트웨어 개발, 자산 관리, 커뮤니케이션임에는 변화가 없다. 자산 관리는 단어 선택이 잘못된 것 같은데,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는 투자자의 안목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다. 회사 일을 만족할 정도로 하기 위해서는 공부할 것도 많고,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일과 크게 상관없는 머신 러닝, 블락 체인 등의 기술들도 이해도를 높히고 싶다. The Economist도 꾸준히 읽고 싶고, 책도 더 읽고 싶다. 여행도 더 다니고 싶다. 글도 한 달에 한 편 정도는 쓰고 싶다. 많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효율적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목표를 뚜렷하게 잡고, 버릴 건 빨리 버려야 한다. 멘탈 관리도 당연히 중요하다. 2015년에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이 많았지만, 2016년에는 변명할 거리가 없을 것 같다.

References & Notes

[1] 완독하는 섹션들: The world this week, Leaders, Briefing, International, Business, Finance and economics
[2]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제일모직 투자 거액 손실, 홍완선 책임론

[3] Reconstructing Samsung
[4] 수출량 순위 by The World Factbook of CIA
[5]Trump dominates GOP field heading into 2016
[6] The Great Hangover: 21 Tales of the New Recession from the Pages of Vanity Fair 참고
[7] Bush Signs $700 Billion Financial Bailout Bill
[8] Let’s not let fear defeat our values by Sundar Pichai (Google CEO)
[9] Mark Zuckerberg Says Muslims ‘Are Always Welcome’ on Facebook
[10] Global Gender Gap Report 2014
[11] Large-scale cluster management at Google with Borg
[12] NHN의 김상헌 대표와, 최근에 변경된 카카오의 이석우 대표는 모두 변호사 출신이다. 물론 이 분들이 뛰어나신 분들이지만, 대표 IT 기업들의 대표가 변호사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흥미로운 것 같다. 제품에 뛰어난 통찰력이 있는 것 보다 법적으로 잘 싸워나가는 것이 기업에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어느정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내 억지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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