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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owering Employees

부제: 실리콘밸리에서 보는 자본주의의 미래

많은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휴가 제한이 없다. 기업이 일률적으로 결정해주는 것보다 개인이 결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개인 사정으로 원격 근무를 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것은 본인이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가 회사의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전 직원에게 공유하고, 그에 대해 격식 없이 토론하는 것도 흔하다. 매주 벌어지는 Google의 TGIF나 Facebook의 All-hands가 유명한 예이다. [1] 이런 복지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째, 개인의 생산성이 최대가 되도록 돕는다. 개인의 판단을 존중해주고, 시스템은 이를 뒷받침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회사는 인재를 잃을 필요 없고, 그 개인의 생산성을 까먹을 필요도 없으며, 개인도 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둘째, 회사가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직원들에게 정보를 더 제공해줌으로써 더 나은 의견을 만들 기회를 주고, 더 좋은 의견이 선택됨으로써 회사는 경쟁력이 생긴다. 전통적으로 기업이 갖고 있던 힘을 직원들에게 줌으로써 기업이 이득을 보는 것이다. 나는 이 방향이 일시적이 아니라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개인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왜 이 변화가 필연적인가? 이 변화의 근본적인 이유가 복잡성의 증대와 매서워진 변화의 속도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보는 무서운 속도로 생산되고 있고, 중국의 경제 정책이 곧바로 남미 국가들에 영향을 줄 만큼 국제화되었다. 이런 복잡한 세상에서는 아무리 똑똑한 경영진이라도 중요 결정을 다 내려줄 수 없다. 너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직원 개개인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를 위해 개인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더 좋은 결정을 내리길 기대해야 한다. 변화의 속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모든 정보는 클릭 몇 번이면 접근할 수 있고, 이런 효율성의 향상은 모든 사이클을 단축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5년 계획을 세울 수 있던 대기업들이 이제는 분기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다. 기업의 수명이 이를 잘 보여주는데, S&P 500 기업들의 평균 나이는 1958년에 61세에서 2012년에는 18세로 확 줄어들었다. [2] 2027년이면 이 중 75%는 목록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하니, 어떤 회사도 10년 안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없다. 이런 변화는 개인의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만약 당신이 뛰어난 신입이라면 지금의 성과를 당장 보상받아야지, 20년 뒤에 임원이 될지 모른다는 당근을 바라보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보상 체계부터 시작해서 기업과 개인의 관계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Complex and Fast

이 패턴은 인류의 역사를 보면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 적자생존이라는 명쾌한 방식에 의해, 채집 생활과 농경 생활을 거쳐 왕정이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3]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세상이 놀랍도록 복잡해졌고, 왕정, 독재, 계획 경제보다 압도적으로 효율적인 시장 경제가 그다음 자리를 잡았다. 이제 기업이 주도하던 시장 경제가 점점 개인이 주도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뿐이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에서 이런 모습이 더 빨리 발견되는 것은 경쟁이 가장 매서운 곳이기 때문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더 현명해져야 했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개인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것이 낫다고 밝혀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개인이 더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됐지만, 정책들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서 계속 변화를 겪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무조건 확장하는 것은 아니고, 실리콘밸리의 터줏대감 야후는 오히려 재택근무를 없애버리기도 했다. 물론 이 판단도 틀릴 수 있고, 5년 뒤에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있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정확히 어떤 형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더 많은 결과를 원하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시키는 일만 잘하는 것은 부족할 것이다. 변화의 방향이 그렇다면, 개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과거에는 사무실에 오래 있으면 인정받았지만, 이제는 노동 시간이 아닌 다른 성과를 보여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는 압박은 더하다. 연차에 따라 승진 여부를 결정하는 기업은 경쟁력이 없을 것이다. 기업 가치가 300조 원이 넘는 페이스북의 대표는 1984년생에 불과하다. 리더는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 좋은 의견을 끌어내야 한다. 이제 핵심은 남들과 다른 나를 만들어 가는 것에 있다고 본다. 남들과 똑같이 생각한다면 기업에서도 나를 굳이 고용할 필요가 없고, 스스로 사업을 하기도 힘들다. 모든 게 자동화되는 세상에서 기계보다 경쟁력이 없을 것이다. 다르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르지 않다면 설 자리가 없다. 다름을 열심히 내세울 필요도 있다. 위에서 어떠한 결정이 내려졌다고,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생각하고,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는 남과 다른 나를 지켜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LGBT의 권리를 적극 지지하고, 성차별이나 인종 차별에 반대하고 시위하는 것은 물론 무의식적인 차별까지 막으려고 노력한다. [4] Brendan Eich가 동성 결혼 반대에 $1,000을 기부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세운 Mozilla의 대표직에서 쫓겨난 것은 이런 움직임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제조업에 특화된 한국인에게 이 흐름이 불리한 것은 명백하다. 언어부터가 큰 장벽이다. 토론의 시작을 You vs You로 하는 영어와 비교해서 공정한 토론이 시작부터 어렵다. 문화는 더 심각하다. ‘까라면 까야지’, ‘어딜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같은 군대식 위계질서에서 토론은 시작도 하기 힘들고, 모난 돌은 정 맞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학생은 이래야지’, ‘여자/남자는 이래야지’ 등, 수많은 고정관념은 개성을 말살한다. 다양성은 존중받지 못하고, 하나 된 우리만 강요받는다. 남들과 다른 나를 지키기도, 권위에 도전하는 습관을 기르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다음 10년의 변화는 지난 20년보다 더 복잡해지고 빨라질 것이다.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직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그에 응하는 결과를 원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사내에서 영어 이름을 쓰고, 나이와 관계없이 유능한 대표를 고용하기도 한다. [5] 틀에 박힌 답만을 인정해주는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면서, 나를 버리고 남들과 같아지기 위해 고생한 것은 억울하지만, 이를 매몰 비용(sunken cost)으로 보고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런 노력과 함께, 남들의 다른 점들도 의식적으로 포용해 줘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점들만 인정하는 것은 결국 다양성을 죽이는 행위이다. 실리콘밸리는 찬양하면서 교과서는 하나만 옳다는 위선과 다를 바 없다.

Reference

[1] 둘 다 직접 가볼 수 있었는데, 그 어떤 질문도 가능하고, 정곡을 찌르는 질문들도 많이 나온다. 이런 질문들을 통해 리더쉽은 더욱 견고해진다. Google과 Facebook의 사례가 자주 언급되는 것은 이들이 이런 제도를 오래 안정적으로 운영해왔고, 외부로 많이 공유됐기 때문이다. 많은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이 방향에서는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2] Creative Destruction Whips through Corporate America by Innosight
[3] 이와 관련해서 더 자세한 그림은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The Fates of Human Societies) 참고.
[4] 더 자세한 사례는 Google에서 공개한 rework 페이지 참고.
[5] 카카오에서는 영어 이름을 씀으로써 토론을 평등하게 하려고 한다. 이 회사의 대표는 1980년생이고, 넥슨의 대표는 1977년생이다.

CREDIT

Photo taken by Dustin Spengler: The Neon World of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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