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est

Leadership without Privilege

내 첫 사장님은 페이스북의 Zuckerberg였다 (줄여서 Zuck). 나는 만 20세의 어버버 외국인 인턴이었고, 그는 만 24세의 1,000명 정도 규모 회사를 이끄는 사장님이었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말 한마디 못 나눠봤지만, 그의 리더쉽은 여운이 많이 남아있다. 미국을 막 건너간 때라, 그의 모습부터가 인상적이었다. 우선 3개월 인턴인 내 자리와 그의 자리는 별 차이가 없었다. 둘 다 트인 공간에서 30인치 모니터 두 대를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 The Social Network에 나오는 모습과 다를 게 없다. 점심때는 하나뿐인 사내 식당에서 같은 줄을 서며 같은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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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est

Review of 2015 (Books)

킨들과 리디북스의 도움이 더 커진 한 해였다. 처음에는 종이의 느낌이 아쉬웠는데, 이제는 종이책을 읽는 게 어색하고 불편하다. 하이라이트도 안 모아주고, 단어를 찾아보려면 스마트폰을 켜야 한다. 그러다 보면 책으로 돌아오는 데 한두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못 돌아오곤 한다. 게다가 책은 무게가 상당해서, 내 집이 언제 생길지 모르는 이주민에게는 큰 부담이다. 영어는 속도가 여전히 답답하지만, 집중해서 읽는 시간이 조금씩 늘고 있다. 한국어로 좋은 글을 써주시는 작가들이 계속 나온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대부분 책은 다시 읽으면 새로울 것 같다. 세세한 내용은 절망적일 만큼 기억이 안 난다. 누구는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자랑하는데, 나는 텍스트도 저장이 안 되니 안타깝다. 그래도 많은 책이 즐거움을 줬다. 훨씬 똑똑한 분들이 더 깊이 고민한 결과물이 잘 정리되어 눈앞에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이 글에서는 4권만 골라서 소개하려고 한다. 전체 목록과 설명은 가장 아래에 따로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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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spect

Review of 2015

1월 1일 00:00에 회사에서 노심초사하며 치킨과 맞이한 2015년이 끝나간다. 여러 의미로 인생 2막이 시작된 해였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이직과 이민을 했다. 그러면서 작년 이맘때 지내던 고시텔보다 월세가 12배 넘게 올랐다. 그래도 처음으로 내 집이라고 할 만한 공간이 생겼다. 리스긴 하지만 차도 처음으로 구매해봤다.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보험부터 관리까지 신경 쓸 게 상당히 많았다. 게다가 이 시점에 차가 고장 나서 더 머리가 아프다.

상반기에는 결혼이라는 혼돈을 겪으면서 정신이 없었고, 신혼여행으로 남반구(뉴질랜드)도 처음 가봤다. 휴대전화도 안 터지는 대자연에서 기름이 고갈되는 아찔한 경험도 했고, 겨울에는 눈보라 속에서 스노체인이 망가지는 고생도 해봤다. 샌프란시스코 북부에 있는 와인 양조장도 찍고 와봤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더 많이 돌아보자며 전라도와 경상도 투어도 속성으로 했다. 돌아보면 여행들이 꽤 전투적이었던 것 같다.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The Economist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매주 꼼꼼히 읽기에는 속도가 느려서 몇 부문만 다 읽고, 나머지는 흥미로워 보이는 주제만 읽고 있다 [1]. 이 외에도 매주 읽을 양이 살짝 스트레스일 정도로 많은데 무엇 하나 버리기 쉽지 않다. 올해 읽은 책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쓸 계획이다. 글을 더 적극적으로 쓸 생각으로, 4분기부터는 블로그도 열었다.

오래도록 todo를 벗어나지 못하던 중국어 기초 수업도 Coursera.org에서 들어봤다. 열심히 들었는데, 다 듣고 한 달이 지나니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 지금은 대세라는 머신 러닝 수업을 뒤늦게 들어보고 있는데, 머리에 조금은 남았으면 좋겠다. 2013년2014년의 리뷰를 보니 변해가는 부분과 변하지 않는 부분들이 보여서 재미있다. 이번에도 미래의 나를 위해 친절하게 써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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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est

Empowering Employees

부제: 실리콘밸리에서 보는 자본주의의 미래

많은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휴가 제한이 없다. 기업이 일률적으로 결정해주는 것보다 개인이 결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개인 사정으로 원격 근무를 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것은 본인이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가 회사의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전 직원에게 공유하고, 그에 대해 격식 없이 토론하는 것도 흔하다. 매주 벌어지는 Google의 TGIF나 Facebook의 All-hands가 유명한 예이다. [1] 이런 복지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째, 개인의 생산성이 최대가 되도록 돕는다. 개인의 판단을 존중해주고, 시스템은 이를 뒷받침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회사는 인재를 잃을 필요 없고, 그 개인의 생산성을 까먹을 필요도 없으며, 개인도 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둘째, 회사가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직원들에게 정보를 더 제공해줌으로써 더 나은 의견을 만들 기회를 주고, 더 좋은 의견이 선택됨으로써 회사는 경쟁력이 생긴다. 전통적으로 기업이 갖고 있던 힘을 직원들에게 줌으로써 기업이 이득을 보는 것이다. 나는 이 방향이 일시적이 아니라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개인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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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spect

Why U.S.?

왜 미국행을 택했냐고 물어봐 주시는 분들이 종종 있어 정리해봅니다.

Intro에서 적었듯이, 나는 좋은 선택을 내리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선택이 같은 것은 아니다. 비용만 생각해도, 어떤 선택은 저렴하게 되돌릴 수 있지만, 어떤 선택은 비싸거나 불가능할 수 있다. 직업을 선택하고, 회사를 선택하는 일은 비싼 편에 속한다. 선택한 결과가 나와 잘 맞는지, 전망은 어떠할지 판단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잃을것이 많아지기에 선택을 뒤집는 비용은 더 커진다. 이처럼 비용이 큰 선택은 비용 자체가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커리어에 대한 선택은 많은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 인생에 미치는 영향력이 굉장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미국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커리어에 대한 나의 고민을 정리해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미국에서 일하는 것이 시도할만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이 선택이 모든 사람에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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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duction

Choice Architecture

나는 선택을 내리는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 블로그의 전반적인 관심도 더 좋은 선택을 내리는 데 있다. 이 글에서는 선택의 정의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고자 한다. 좋은 선택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각각의 상황에 따라 결국은 다른 것 아닐까? ‘각각’의 ‘상황’이라는 표현이 애매하긴 하지만 좋은 지적이다. 왜냐하면,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는 절대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에게는 돈을 많이 버는 삶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세속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삶이 더 좋을 수 있다. 80대 투자자에게는 안정성이 중요하지만, 20대에게는 기대 수익률이 중요할 수 있다. 그러므로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좋다고 판단할 기준이 필요하다.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가치관으로 표현된다.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비전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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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duction

Shareholder Capitalism?

주주 자본주의가 현대 사회의 근간이라고 얘기한다.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시스템일까? 무엇이 당연하고, 무엇이 당연하지 않은 걸까? 내가 이해한 바는 다음과 같다. 우선, 기업(법인, Corporation, Artificial-Person)은 개인(자연인, Natural-Person)과 함께 현대 사회를 이루는 큰 축 중 하나다. 그런 기업은 법인이라는 글자에서 볼 수 있듯이 자연인과 비슷한 권리와 책임들을 가진다. 예를 들어, 계약을 맺을 수도 있고, 자산을 형성할 수도 있으며, 빚을 낼 수도 있다. 또한, 세금을 낼 의무도 진다. 대개의 기업은 주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런 주식들을 가진 사람들을 주주(shareholder)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기업이 내려야 하는 수많은 선택을 주주에게 일일이 물어보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니 그를 대신할 관리 시스템이 있다. 보통은 두 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는 이사회(Board of Directors)이고, 다른 하나는 경영진(Management Team)이다 [1]. 두 조직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밀접하게 일하지만, 이사회는 주주의 이익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고, 경영진은 운영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사회의 대표는 이사장(Chairman)이며, 경영진의 대표는 대표이사(CEO)라고 불린다. 이것이 기본 골격이고, 각각의 회사마다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구조를 가진다. 예를 들어서, Starbucks는 Howard Schultz가 이사장과 대표이사를 모두 수행하지만, Apple은 Tim Cook이 대표이사를 하고, Arthur Levinson이 이사장직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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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duction

Egg-Dropping Puzzle

우버와 airbnb가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던 택시업과 호텔업을 새로 정의하고 있다. 컴퓨터 산업이 컴퓨터 안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은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고, 이제는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을 찾기 힘들 지경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컴퓨터 교육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한 절차 같다. 그래서 “Computer Science”에서 어떤 능력을 다루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적어보고자 한다. 유명한 Egg-Dropping Puzzle을 예로 들면서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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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spect

Review of 2014

한 해가 다시 흘러갔지만, 학생에서 사회인으로의 전환은 진행 중인 듯 하다. 학생 시절 통하던 방식이 아닌 사회인에게 맞는 포인트들을 아직 찾는 중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학생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려고 애썼다. 우선 프로그래밍 대회에 꾸준히 참가했다. 그리고 회사에 오래 남아있으면서 주어진 일들 외의 새로운 일들을 시도해봤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나오는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막막했다. 나는 무엇을 잘하지? 무엇을 하고 싶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지? 등등의 질문에 괜찮은 답들이 나오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주위 세상은 빠르게 돌아갔고, 미미한 개인은 그 흐름을 따라잡기도 버거웠다. 그래도 2013년과 다르게 2014년에는 답들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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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est

The Art of Explanation

Disclaimer: 이 글은 The Art of Explanation 책의 리뷰입니다. 한국에는 설득을 이기는 설명의 힘이라고 출시되었으나, 저는 읽어보지 않았음을 미리 밝힙니다.

중학생 때부터 나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학생으로 알려졌었다. 그래서 컴퓨터 과목 시험 기간이면 다양한 질문을 받곤 했다. 나에게는 꽤 곤혹스러운 일이었는데, 질문 대부분이 당연해 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wo”와 2는 컴퓨터에서 완전히 다른 객체인데,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해줄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다. 내 설명은 “그냥 그런 거야”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학기가 지나감에 따라 나에게 질문하는 친구들의 수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나는 질문자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질문자는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으며, “설명”은 완전히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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